캐나다에서 열 여섯 번 째 새해를 맞이하며

by SKed posted Jan 23,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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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손이 귀한 우리집은 명절에도 친척들로 북적이지는 않았지만,  다가오면  가족이  차례 준비와 손님 대접을 위한 음식 장만으로 분주하였다온 가족 모여 앉아 송편을 빚을 때마다 할머니는 항상 내가 빚은 송편을 칭찬해 주셨다신이 난 나는 온갖 다른 모양을 만들어 댔고엄마는 장난 그만하라고 핀잔을 하셔도 할머닌 “우리 인령이는 송편을 예쁘게 빚으니 예쁜 딸 낳겠다”며 웃으셨다할머니께 새해 인사를 위해 방문하는 친척들과 동네 어른들아버지 지인들의 행렬이 거의 한 달은 이어졌으니어른들께 인사만 잘해도 세뱃돈을  쏠쏠하게 챙길  있었다떡국을 질리도록 먹는 것이 불만이기는 했지만잣과 호두를 넣고 돌돌 말아 동그랗게 자른 상주곶감과 분홍색 유과를 골라 먹는 재미가 좋았다.

 

캐나다에 온 후로 안부 전화를 드릴 때마다 엄마는 만리타국에서 혼자 뭐하니한국으로 얼른 돌아와라. 말씀하시곤 아무 친지없는 캐나다 생활이 외롭기는 했으나 아이들에게는 정말 좋은 환경이었고, 나 역시 캐나다에서 새롭게 커리어를  다지고 있어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한국에 계신 부모님 걱정과  젊은 시절어릴 적 추억에 대한 그리움은 내게 캐나다를 타국으로 만들었고은퇴하면 다시 한국으로 가지 않을까하는 막연한생각을 오래도록 했었다.

 

업무 그리고 부모님을  요량으로  년에  번쯤은 한국을 방문하는데캐나다 생활 10년을 기점으로 점점 한국이  이상  고향이 아닌 타국처럼 느껴지게 되었다내가 살던 동네는 재개발 바람이 불어 알아볼  없는  동네로 변해버렸고대학 시절 누비고 다녔던 학교 앞 풍경은  이상 어디도 익숙한 곳이 없었다가장 친했던 친구들은  외국으로 흩어져 버렸고죽고 못살던 언니랑도 예전만큼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 1,000원이면   때울  있던 김밥 천국도 요즘은 둘이 가서   안먹어도 만원 이상 나오고조금 출출하면 부담없이 사먹던 길거리 오뎅떡볶이 포장마차는  이상 눈에 띄지도 않는다무엇보다도 요즘은 한국에 도착하면 시차 적응에 일주일은 걸리는데캐나다로 돌아오면 바로 다음  출근을 할 만큼  몸의 시계는 마운틴 타임으로 셋업 되었다.

 

한국인이라는 자부심은 나의 가장 소중한 뿌리다그래서 아이들에게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강조해 왔다지금도 코스트코에서 일면식없는 사람들에게서 한국말이 들려면 그저 반갑고캐나다 뉴스에서 Korea라는 단어만 나와도 귀가 쫑긋하고 관심을 갖게 된다하지만 가랑비에  젖듯 캐나다화 되어가는  자신을 발견하기도 한다뚜렷한 이유없이 팔기 싫던 한국 아파트도 제작년에 처분하였다. 캐나다에서 가급적 짐을 많이 늘이지 않고 살려고 해왔으나 번에 가구를 새로 들여  이상 이사가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로 짐이 늘어버렸다.

 

2019 새해는 레디움 핫스프링의 콘도에서 맞았다 이브 날인12 31 좋은 와인을 준비하고 아이들과 함께 TV 보며 새해 카운트 다운을 했다다음 Invermere 있는 호수에 얼음낚시를 하며 새해 아침을 맞았추위라면 질색을 하던 내가  추운 겨울에 얼음 낚시를 갔다라고 하면 믿을 이가 많지 않을 듯하다35km넓이의 광활한 호수가 트럭이 호수 위를 달릴 정도로 꽁꽁 얼어 자연 스케이트장을 만들고 있었고얼음 낚시를 위해 설치된hut에 낚시 도구 일체가 포함되어 있어 다른 준비가 전혀 필요하지 않았다얼음 위 파이어 핏에 불을 피워 고기를 잡으면 그 자리에서 바베큐를 할 수도 있다낚싯대를 잡고  모녀가 하도 수다를 떨어 고기가  도망간 탓인지 시간 동안 우리는  한 마리도 잡지 못했다물고기 대신 마시멜로만 구워 먹었지만 정말 좋은 시간이었다 자란 아이들은 엄마에게 2019 목표가 무엇이냐고 물었다나이를 먹을 수록 예전과 같이 근사하고 원대한 목표를 세우진 않지만올해도 새해 목표를 세워본다.

 

캐나다에 와서 한국인이든 캐나다인이든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외국에 가면 한인을 조심하라는 말이 있는데이런 얘기를 들으면 참으로 안타깝다대부분의 사람들은 새로 온 사람들에게 본인이 초기 정착 시기에 겪은 어려움과 실패담을 나누고같은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서로 도우려고 한다사교적인 성격이 못되어 회사 업무 외엔 사람을 만나는 일이 거의 없는데도 돌이켜보면 고맙고 소중한 사람이 무척 많다캐나다 직장을 다니고 캐나다 사람들과 한참을 어울려 보아도깊은 정을 나눌  있는 사람은 역시 같은 한국인이다16년을 살아보니 캐나다기 살 만한  임에 틀림이 없다이제 나는 캐나다를  고향으로 만들려고 한다좋은 사람들과 가족같은 인연을 만들어 가고캐나다에서의 노후를 새롭게 계획하는 것이 설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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